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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Bo생각

오래전 그날.

웨딩드레스를 입은 너의 사진을 봤다.
이쁘다. 정말 하얗게 눈부시게 이쁘다.
왜 그렇게 이쁜지, 왜 그렇게 이쁜지.....


우리가 만난지 십몇년.
서로 다른 길을 걸은지 꽤 오래 되었지만
우리의 연은 이렇게 이어지고 있구나.


대학교 1학년.
우리는 풋내기였고 나의 짝사랑도 그러했다.
너에게 내 맘을 편지로 고백하고
거절당한 그날,
어설픈 주먹질로 상한 인대의
희미한 고통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


너의 사진 한장을 얻기 위해
빈 강의실 유리창 뒤에 숨어 있던 나.
그런 날은 어김없이 학교에 오지 않던 너.
그래서 대학시절, 난 니 사진 한 장을 얻지 못했다.


할 일 없이
밤이면 네가 일하는 편의점 근처를 맴돌고,
일요일이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네가 다니는 교회를 배회했다.


술을 먹고, 울고 지샌 밤이 며칠이었나.


방황하는 너를 보며
나는 무엇을 했던가?
대리 리포트, 대리 출석, 대리 시험.
내가 해 줄 수 있었던 것은 그런 것이었다.
어느날 너와 걷다 무심코 너의 학번을 되내이는
나를 보며 '왜 남의 학번을 외우고 있어요?'라던
너의 목소리가 기억난다.


너에게 미쳤던 내 1년의 기록엔
네 자체 휴강의 기록이 남아있구나.
언젠가 둘이 술을 마시며
내게 일기장을 보여달라던 너의 투정도,
추억.


대학시절 내내 방황하는 너를 보고,
그 방황의 이유를 네게서 들을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한다.
그래서 너를 이해할 수 있었기에....


너를 잃지 않기 위해
오빠라 불리고, 그 선을 넘지 않았던 것은
현명했다.


몇년의 세월이 흐른 후,
싸이의 쪽지에 '저 누군지 기억하세요?"로
시작하던 너의 글.
기쁨과 서글픔.
너는 아직도 나를 기억하고,
너는 아직도 나의 기억속의 너를 거부하는구나.


노래방에서
'그리고 지금 내 곁엔
나만을 믿고 있는 한 여자와
잠못드는 나를 달래는 오래전 그 노래만이'라며
부를 수 있는 추억을 준 네게 감사한다.


부디 행복해라.....



진흙 속의 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