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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Bo생각

2달러로 14년된 내추럴 키보드를 살리다.



내가 현재 쓰고 있는 자판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내츄럴 키보드이다. 최근에는 여러 모델이 나와 있는 듯 한데, 그 중에서도 제일 먼저 나온 1세대 모델이다. 웹에서 봤더니 처음 나온 것이 1994년이고 내가 이 자판을 산 것은 1996년. 뒷면을 보니 승인년이 95년이고 제조년월일이 96년. 사용한 햇수로만 14년. 컴퓨터 자판 하나를 가지고 14년을 썼으면 정말 징하게 쓴 셈. 그렇다고 관리를 잘 한 것도 아니어서 누리끼리 한 것이 때가 묻어 시커멓다.(너무 시커매서 인증샷을 올리기도 미안하다.) 관리라고 해왔던 것은 먼지가 껴서 뻑뻑해지면 뒷면을 풀어서 자판을 물에 넣고 닦아썼다는 것?

구형임에도 불구하고 써온 정 때문인지, 이놈을 버리기가 쉽지않다. 14년이란 기간동안 한 이년 가까이 사용을 안한적도 있었고 최근 약 한달간 사용을 못하고 있었다. 약 한달전 내추럴 키보드의 키가 잘 눌리지 않았다. 사실 그 비슷한 증상은 몇달전부터 있었으나 키보드의 연세때문에 그려러니 하고 참고 써주었는데 어느때 부턴가는 문자 입력이 거의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른 것이었다. 의례 해 왔던 것처럼 자판을 몇번을 뜯어서 닦고 맞추고 해봤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러다 원인을 더 찬찬히 살펴보니 자판에서 나오는 선 부분이 거의 끊어지다시피 되어 있었다. 고무로 된 선이 세월의 힘을 못이기고 딱딱하게 굳었다가 끊어진 것. 여러 방법으로 다시 연결해 봤으나 여전히 사용불능.

그래서 눈물을 머금고 다른 자판을 구입했었다. 아순시온에서 제일 싼 자판을 알아봤더니 듣보잡 상표에 11불짜리가 있길래 구입을 했다. 내추럴 키보드는 그 당시 환율로 100불이 넘는 돈을 주고 샀었는데, 다시 그런 거금을 주고 자판을 구입하진 않을 것 같아서, 어중간한 것을 사느니 싸구려 쓰다 바꾸자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싼게 비지떡이라고 사서 집에와 보니 자판의 키들 중에 유격이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내추럴 키보드로 늘상 그래왔던 것처럼 뒷판을 뜯어 맞출 생각을 했다. 그런데 웬걸. 내추럴 키보드는 모든 부속이 자기가 있어야 할 자리에 가지런히 보기 좋게 놓여 있었는데, 이 놈에 듣보잡은 뒷면을 접착제로 붙여놓은 부분이 있질않나 프라스틱 쪼가리로 사이사이를 끼워 놓은 것이 있을 정도였다. 당연히 해부 즉시 사망.

어쩔 수 없이 20불을 주고 다른 자판을 사왔다. 그래도 이녀석은 Genius라고 상표도 있었고, 이전 것 보다는 모양도 그럴싸했다. 그렇지만 내추럴 키보드와 비교해서 오는 불편 아닌 불평은 1. 일반 키보드와 내추럴 키보드의 태생적 차이로 타이핑시의 자세로 인한 불편. 2. 내맘에 와 닿지 않는 키감. 3. 없다시피한 무게감. 내추럴 키보드의 무게를 달아보니 1500g, Genius 키보드 650g 슈퍼 헤비급과 라이트 플라이급의 차이다. 4. 선이 너무 짧다. 선의 길이를 비교해 봤더니 내추럴 키보드가 약 50%정도 선이 더 길었다. 자판과 내 컴퓨터의 위치가 좀 먼 편이기에 이전엔 필요없던 usb 연장선(?)을 구입해야만 했다.

그러던 어제, 가게에 온 손님중에 한명이 멀쩡하게 생긴 원조 내추럴 키보드를 손에 들고 온 것이 아닌가? 그래서 '그거 참 좋지 않아요?'하고 물었더니 '예, 참 좋은 키보든데 키가 하나 맛이 가서 아이에게 장난감으로 줄려고요.'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그럼 내게 만과라니에(약 2불) 팔라고 했더니 선뜻 내게 넘겨준다.

일단 생긴 모양은 같고(다만 일부 키의 크기와 키의 갯수가 한글 자판과 스페인어 자판의 차이로 다르다. 스페인어 자판의 키가 좀 더 많다. 덕분에 좌측의 shift키와 스페이스 바가 짧아 불편하다.) 두개 모두 원산지가 멕시코로 되어있다. 내것은 96년도라고 제조일자가 붙어있었으나 그것은 제조일자는 있지않고 대신 모델명을 비교해 보니 내 것은 96으로 시작하고 다른것은 97로 되어있었다.

즉시 뒷판을 뜯어서 선을 빼서 바꿔 꼈다. 이전 사용자가 사무실에서 사용했는지(집으로 자판을 가지고 가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 10년을 넘게 사용한 자판 치고는 상태가 무척 깨끗했다. 내것과 비교하면 거의 백인과 흑인 차이.
그래서 뒷판도 아예 바꿔 버렸다. 그리고 문제가 있었던 F12 버튼도 맞바꿈.

그렇게 해서 내 사랑 마이크로소프트 내추럴 키보드는 되살아났고, 일단 재생부품도 확보한 덕에 내 품에서 (천재지변이 없는한) 20년을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나오는 하드웨어들은 탱크들이다. 내가 현재 쓰는 마이크로소프트 인텔리마우스도 2001년으로 제조일자가 되어있는걸 보면 말이다.(이것도 99년에 사서 2001년에 문제가 있어 갔고 갔더니 1:1 교환 해 준것. AS도 짱.)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 싼게 비지떡. 비싼 놈이 제값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