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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guay 이민생활

토요일 밤을 꼬박 새운 이유.


밤에 앉아있다가 문앞에 있는 수도가 고장난 것이 떠올랐다. 밤 11시. 오후에 쇼핑에 가서 사왔던 연장과 부속들로 화장실 수도와  집에 있는 가구들 중에 문제가 있던 것을 고쳤던 터라 그 여세를 몰았다.

바로 집으로 들어오는 메인 수도꼭지 위에 위치한 수도가 고장난 터 였다. 일단 수도를 돌려서 뽑기로 했는데....

위는 삭아서 떨어져나간 수도꼭지고 아래는 새로 사온 것(역시 같은 것. 같은 것 밖에 없었다.)


수도꼭지가 중간에서 부러졌다. 아니, 부러진 것이 아니라 안에서 삭아서 떨어져 나가고 남은 부분은 긁어내는 대로 묻어 나오는 것이 아닌가? 문제는 다 삭지 않고 안에 남아있는 부분 때문에 새로운 수도꼭지가 안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

집에 있는 화장실 중에 하나라면 통하는 중간을 막으면 되는데, 이것이 바로 집 앞에 위치한 수도여서 막으려면 집안에 들어오는 물 전체를 막아야 했다. 다음날은 일요일이어서 기술자를 불러 올 수도 없고, 씻든, 화장실을 가든, 설겆이를 하든 물을 틀면 분수처럼 물이 뿜어져 나올 것은 뻔한 상황.

한참을 고민하다가 생각해 낸 것이 코르크 마개. 집에 있는 포도주 하나를 따서 그 코르크 마개로 임시로 구멍난 곳을 메울 수가 있었다.

값싼 수도꼭지를 샀던 것에 대해 밀려오는 후회. 오천 과라니가 채 하지 않길래 싼 맛에 사서 달았는데, 어떤 종류의 금속을 달았는지 물에 이년도 안되서 그렇게 녹아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저 수도를 고치기 위해서는 수도관 내지는 수도관에 달려있는 부분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타일을 다 깨고 수도관을 바꿔야 하는 상황. 돈 이삼만과라니를 아끼려다가 기술자를 부르고 다시 사서 끼우려면, 아무리 적게 잡아도 이십만에서 삼십만 과라니가 깨지게 된 것.

그렇다고 코르크 마개로 막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것 저것을 끼워넣고 막으며 궁리하기를 새벽 4시 까지.

그 긴 시간동안 중국에 사는 한인들을 존경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런 물건들 사이에서 사는 중국인들도 존경스럽지만 원래 그려러니 하고 살거라 생각되나, 한국에서 살다가 저런 마인드로 물건을 만드는 중국에 가서 살 수 있으려면 참을 인을 세번이 아니라 매일 365번은 새겨야 할 듯.



이튿날 기진맥진해서 하루를 보내고, 그리 자주 쓰는 수도가 아니었기에 밤에 슈퍼에서 수도관이나 수영장에 쓰는 접착제를 사다가 완전히 막아버렸다. 가는 길에 보니 슈퍼에서도 파는 수도꼭지는 바로 위에 보이는 같은 것. 도데체 파라과이에 있는 얼마나 많은 집들이 나와 같은 문제로 기술자를 불러서 안써도 되는 돈을 쓸지 짐작도 되지 않는다.

차이나 디스카운트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두배는 더 오래 갈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