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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0 11:48

어느 멋진 날


오늘 교회에서 예배 후 점심을 먹고는 버스를 타고 집으로 왔다. 오랜만에 길거리를 걸었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파라과이의 며칠 안되는 상쾌한 가을날.

거리에 개똥도, 상큼한 공기에 좋아진 기분을 어쩌진 못한다. 이런 날 아이들의 손을 잡고 거리든 공원이든 걸었으면 좋으련만, 생일초대를 받아서 엄마와 함께 쇼핑을 가버린 탓에 그럴 수가 없다. 그 덕분에 걸어서 버스를 잡고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있었지만 말이다.

언제부터인가 차타고 다니는 것에 길들여져서 걷는데 인색해졌다. 내가 차를 몰고 다니다니...... 내 가슴에 어버이 날이라고 꽃을 달아주다니....... 불과 몇년전만 해도 생각도 못했던 일들이다. 낯설고, 쑥쓰럽고 그렇다.

버스를 타고 오면서 언제 날 잡아서 가족들과 Parque Cavallero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중고등학교때 독립기념일에 대통령앞을 지나서 아순시온의 중심가를 행진하기 위해, 연습을 위해 갔었던 넓디 넓은 까발례로 공원. 참 좋았던 그 곳. 최근에는 강변마을과 인접한 탓에 우범지대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그래도 처와 아이들을 데리고 가보고 싶다.

부모님께 혼나고 새벽에 집을 나와 그 공원 벤치에 누워서 잠을 자다 경찰이 깨우던 시절, 교복에 넥타이 메고 그 공원을 돌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내 머리에도 서리가 앉았다.

5월 15일은 파라과이의 독립기념일. 춥지도 덥지도 않던 그 때의 행진. 대통령 앞을 지나고 TV에 생중계되고, Providencia, Las Teresas 같은 명문 여중고의 이쁜이들을 힐끔 거리던 어느 멋진 날.

내 아이들도 그런 날들이 있을걸 생각하니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아직은 엄마, 아빠와 손잡고 걷고 뛰기를 좋아하는 녀석들과 '어느 멋진 날'을 보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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