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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1994년 어느 늦은 밤 나는 가수다에서 자우림이 장혜진의 '1994년 어느 늦은 밤'을 부르는 것을 듣는데 왜 이리 맘을 싱숭생숭하게 하는지. 김윤아의 말차럼 말도 안되는 사랑을 했던 94년은 아니었지만, 내게 1994년은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행복의 삼년이 시작되던 해였다. 94년 겨울, 어여뿐 아가씨랑 걸었던 광화문 눈길. 사랑한단 말을 못해서 편지로 대신하곤, 거절에 팔이 다쳐라 주먹쥐고 샌드백을 두드려서 남은 지금의 불편한 내 오른팔의 95년. 내 인생의 동반자를 처음 만났던 96년. 내 인생의 황금기. 이제 사랑이란 말을 하면 추해질 나이라는 것이 새삼 나를 우울하게 한다. 사랑 대신 '정'이 익숙한 시기. 노래 가사처럼 '내가 그대를 얼만큼 사랑하고 있는지를' ' 그대 이제는 안녕' 이라고 말 할 수 없다는 사실은.. 더보기
오래전 그날. 웨딩드레스를 입은 너의 사진을 봤다. 이쁘다. 정말 하얗게 눈부시게 이쁘다. 왜 그렇게 이쁜지, 왜 그렇게 이쁜지..... 우리가 만난지 십몇년. 서로 다른 길을 걸은지 꽤 오래 되었지만 우리의 연은 이렇게 이어지고 있구나. 대학교 1학년. 우리는 풋내기였고 나의 짝사랑도 그러했다. 너에게 내 맘을 편지로 고백하고 거절당한 그날, 어설픈 주먹질로 상한 인대의 희미한 고통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 너의 사진 한장을 얻기 위해 빈 강의실 유리창 뒤에 숨어 있던 나. 그런 날은 어김없이 학교에 오지 않던 너. 그래서 대학시절, 난 니 사진 한 장을 얻지 못했다. 할 일 없이 밤이면 네가 일하는 편의점 근처를 맴돌고, 일요일이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네가 다니는 교회를 배회했다. 술을 먹고, 울고 지샌 밤이 며칠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