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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개고기냐, 돈이냐?


외국인에게 비치는 한국인의 대표음식은 무엇일까? 세계인들에게 객관식으로 문제를 낸다면 어떨까? 김치, 보신탕, 불고기, 비빔밥 아니 음식 이름으론 어려우니 쌀, 개고기, 배추 이런 식으로 낸다면? 내 생각엔 개고기가 제일 먼저로 뽑힐 것 같다.

유명한 논객 진중권씨가 개고기 반대론자의 논리가 빈약하기 때문에 동의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 경제논리를 내세우면 어떨까? 한국의 정부와 기업체들은 국가 이미지 재고를 위해서 일년에도 수많은 돈을 광고에 뿌리고 있다. 그것이 해외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든, 상품을 팔아먹기 위해서든 말이다.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최근에 매우 좋아졌다. 한국 하면 외국인들이 떠올리던 독재, 데모, 화염병, 값싼 저질 상품 같은 이미지는 많이 사라진 듯 하다. 내 생각에 외국인들이 한국인을 폄하하기 위해 제일 많이 사용하는 것은 개고기이다. 컨설팅 업체에 문의를 해서 개고기가 한국의 이미지에 끼치는 손해를 따져본다면 최소 수천만 달러에서 수억 달러는 될 것 이라고 생각한다.

일년에 몇 번씩은 외신에서 한국의 개고기와 관련된 이야기를 읽게 되고 내 외국 생활에서도 너희 한국인들은 개고기를 먹는다며? 하고 비아냥과 함께 묻는 질문도 듣게 된다. 외국인들 중엔 김치나 산낙지를 가지고 시비를 거는 경우도 있지만, 개고기만큼 세계의 주목을 받고 욕을 먹는 음식은 없다. 우리는 개고기를 먹는 것에 대해 식문화나 전통이라는 말로 방어하는데 우리 나라의 고유 음식 중엔 사라진 것들이 얼마나 많나? 자연스럽게 우리 곁에서 사라진 우리의 전통은 많지만 유독 전세계인들에게 손가락질 받는 개고기 만은 지키려 든다. 그러면서 아랍인들의 히잡을 전통의 예로 들기도 하고 프랑스의 원숭이 뇌나 달팽이 먹는 식문화를 예로 든다. 그러나 우리가 이렇게 예를 드는 사례들도 실은 우리가 혐오스럽거나 비민주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예를 드는 것이 아닌가? 흔히 하는 얘기로 남이 그런다고 우리도 그럴 필요는 없는 것이다. 더군다나 개고기를 먹는 식습관이 종교나 정치적 신념이 포함된 어떤 양보할 수 없는 무엇도 아닌 다음에는 말이다.

나는 이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개고기를 먹는 한국사람들에 대해 혐오감을 갖거나 머라고 할 생각은 없다. 나는 개고기를 먹는 관습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식습관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비록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는 생각은 하지만. 내 주위에서 보면 개고기를 먹는 사람과 안 먹는 사람의 비율이 8 대 2 정도가 아닐까 싶은데 시간과 함께 그 비율은 역전될 것이다. 분명 100년전에는 한국인의 100%가 개고기 먹는 것을 당연시 했을 것이지만 오늘날에 와서는 외국에 사는 한인이 수백만이며, 그런 물리적 이유로 먹고 싶어도 못먹는 한국인들도 있으며, 그런 외국 문화에서 자라면서 개고기를 먹는 문화를 꺼려할 수도 있고, 애견인으로써 개고기를 먹지 않을 수도 있다.

내가 한국을 위해서는 개고기를 먹지 않는 것이 좋겠다 라고 생각한 결정적인 계기는 언젠가 CSI에서 이런 내용을 다룬 것을 본 뒤다.
친구 둘이 사냥을 갔다가 한 명이 사냥용 엽총에 맞아 죽은 시체로 발견됐다. 당연히 같이 있었던 친구가 용의자가 됐고 그 친구는 혐의를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다 밝혀진 진실은 용의자가 데리고 있던 사냥개가 놓여 있었던 엽총을 잘 못 건드려서 총이 발사되어 친구가 총에 맞아 숨졌던 것이고 그 개의 주인은 자신의 개가 잘 못 될 까봐 사실을 얘기하지 않고 살인 혐의를 뒤집어 썼던 것이다.
자신의 개를 위해서면 자신이 죽을 수도 있는 그런 정서가 존재하는 나라가 한국의 주요 무역상대국이다. 그런 사람들이니 개고기를 먹는 한국인들을 욕하는 것도 당연하지 않겠는가?  그런 인식이 있는 다수의 사람들과 다퉈봤자 손해 보는 것은 우리뿐 이다.

사실 갈수록 애완동물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커지고 있다. 한국 내에서도 그렇지만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자신의 애완동물에게 유산을 남기기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렇게 애완동물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커지면 커질수록 세계에서 한국의 개고기에 대한 가십성 기사는 더 많아질 것이다. OECD 가입 선진국, IT 선도국이라는 이미지와 개고기 식용국이라는, 그들에겐 언발랜스한 모양은 좋은 기사거리일 테니까.

자신의 온몸에 문신을 하든 피어싱을 하든 그것은 개인 자유의 문제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을 보면 피하게 되고 혐오(?)한다. 그것은 분명 개인의 문제이고, 개인의 자유이지만 일반 사람들의 눈을 의식해서라도 자제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제 시대는 변해서 오늘 점심에 개고기를 먹고 비행기를 타면 그 개고기가 뱃속에서 소화되기도 전에 세계 여러 나라에 가 있을 수 있는 세상이다. 세계가 좁아진 만큼 우리도 우리나라의 전통이나 식습관을 주장하기 전에 다른 나라와의 관계를 위해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혹 자는 다른 나라의 전통이나 관습을 비판하는 이들은 교양인이 아니라고 하는지 모르지만, 말은 하지 않을 지 언정 교양인도 속으로 비웃기는 한다.

이제 개고기의 문제는 단순히 나는 좋아하는데, 너는 싫어한다는 관점보다는, 내가 좋아도 나 자신을 위해서는 어떤 게 더 나은지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입맛인가, 이미지 관리인가? 한쪽에서는 이미지 재고를 위해서 엄청나게 많은 돈을 쓰고 다른 한쪽에서는 세계 절대 다수의 욕을 먹으면서, 개고기를 소비하고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누군가는 이런 주장에 사대주의를 이야기할지 모르지만 나는 파김치를 좋아하면서도 다른 이들이 하루 종일 내 입에서 나는 냄새에 반응할 것을 우려해 파김치를 되도록 먹지 않는다. 이것은 사대주의가 아니고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이고 다른 나라에 대한 배려가 될 수 있다. 파김치 안 먹는다고, 개고기 안 먹는다고 어찌 되는 건 아니지 않냔 말이다. 하지만 개고기를 먹음으로써 우리는 우리의 이미지와 돈을 잃고 있다. 입맛인가? 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