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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guay 이민생활

파라과이 '라파쵸 문화제'

4월 27일 파라과이 한인회에서 개최한 '라파쵸 문화제'라는 한인 축제(?)가 있었다. 한국학교에서 치뤄진 이 행사는 1층에선 미술전이 치뤄졌고, 2층의 세종관에서는 한국인의 날 43주년 기념식과 노래, 안무 자랑이 있었다.

미술엔 문외한인 나로서는 미술전은 패스했고 노래와 안무자랑 코너를 관심을 갖고 봤다.

5시에 있을 것이라던 기념식은 늘 그렇듯이 20분 늦은 5시 20분에 시작을 했다. 개최하는 측부터 시간을 지키지 않으니 이 고질병은 절대 고쳐지지 않을 듯 하다. 파라과이의 사소한 돌잔치, 생일잔치에서부터 교민회에서 여는 큰 행사까지 봐왔지만 제 시간에 시작하는 행사는 거의 본적이 없다. 아마도 이런 부분은 한국에서 온지 얼마 안된 이들에게는 제대로 짜증나는 일이었을 것이다. 일단 주최측은 사람이 있든 없든 시작을 해야지, 사람들이 늦으면 안되는구나 할 것이지만 이곳에서는 귀빈이 안와서, 사람이 없어서 라는 핑계로 시간을 미룬다.

공관장회의 참석차 한국에 간 대사 대신 축사를 한 박선태 참사관의 축사 중에 관심가는 부분이 있었다.(다소 길어져서 좀 난감했고 행사장 뒤에서 떠드는 소리때문에 축사가 거의 들리지 않을 지경이었다. 시간 준수 뿐만 아니라 공공장소에서의 에티켓 부족은 고쳐져야 할 부분이다.)

이번에 대통령선거에 당선된 훼르난도 루고 당선자가 당선 파티를 하는데 유일하게 부른 재외 공관원이 한국대사관 소속이었으며, 그가 앞으로 파라과이의 발전모델로 한국을 삼고 있으며 대통령 당선인 자격으로 갈 최초의 순방지가 한국이었으면 한다는 소식은 파라과이에 사는 한국인으로서 안도감과 자랑스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
훼르난도 루고가 한국과 한국인에 그런 관심을 갖게 된 배경에는 거의 30년전에 자신의 아버지가 동네 경찰에게 박해를 받던 한국인을 도와주고 의형제를 맺었던 사연이 있었다고 한다.

솔직히 이곳 언론에서 다뤄지는 훼르난도 루고에 관한 소식이나 외신을 통해서 전해지는 좌파로서의 그의 모습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불안감이 많이 수그러들었다. 오늘 탄 택시의 기사도 '훼르난도 루고가 잘 할 것 같지 않아요?'라며 외국인인 내게 물어보는 것이 많은 기대를 품고 있는 눈치다.

다시 문화제로 돌아가서 요즘 젊은 아이들의 끼가 대단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6000명 남짓한 이곳의 한인 사회에서 나온 이들 치고는 꽤 괜찮은 실력과 끼를 가지고 있었다. 예선을 거쳐 모두 14팀이 나왔는데, 1등 500만 과라니, 2등 300만 과라니, 3등 200만, 4등 100만 과라니라는 상금(달러로 도합 약 2700불)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나보다. (역시 떡밥은 크고 봐야 한다.) 마지막 결과 발표에서 약간은 의외의 수상자가 있었던 것을 제외하곤 행사 뒤의 다과회나 행운권 추첨도 괜찮았다.

재력있는 사람이 한인회장이 되니 후원도 많고, 행사도 크게 잘 준비되었다는 평이 일반적인 것 같다. 하지만 한가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이런 모든 일이 한 사람의 공이 아니고 같이 있었던 이들과 보이지 않게 물심양면으로 후원한 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사실이다.

5월 1일 한국인의 날 체육, 놀이한마당 축제의 전야제 성격을 띄었던 이번 행사가 꽤 괜찮았던 걸로 봐선 당일의 축제도 잘 될 것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