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

올림픽과 중남미 그리고 한중일.

한국과 쿠바와의 야구 결승전. 9회 쿠바의 공격에서 한국팀의 포수가 억울한 퇴장을 당했다고 인터넷 라디오 너머로 해설자가 흥분해서 말한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더니 같은 남미라고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주심이 쿠바 편을 드네요.'라고. 정확히 말해서 쿠바도 푸에르토리코도 남미는 아니다. 중미이고 같은 스페인어를 언어로 쓴다.

어젯밤(한국시간으로 23일 13:00) TV에 올림픽경기를 틀어놓고 가게를 보다가 문득 귀에 익은 음악이 들리길래 고개를 들고 화면을 봤더니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의 올림픽 축구 결승전이 시작하고 있었고, 귀에 익은 음악은 아르헨티나의 국가였다. 어찌도 그리 리듬이 파라과이의 국가와 비슷한지. 하긴 남미 여러나라의 국가들은 그 나름대로의 장엄함으로 비슷함을 풍긴다.

올림픽 기간동안 파라과이의 공중파 방송에선 새벽을 제외한 시간(시차때문에 실제로 중국에서 경기가 벌어지고 있는 시간)엔 두세시간 밖엔 올림픽 경기를 보여주지 않았다. 그나마 그 두세시간 비추는 경기들은 거의가 중남미 팀들의 경기로 자국의 경기 마냥 해설하고 응원하며 보여준다. 주로 축구, 배구, 농구 같은 경기들. 예외적으로 수영은 자주 비춰 줬고 탁구(파라과이가 남미에서 좀 하는 편이다)와 테니스도 좀 틀어줬다. 테니스의 경우는 세계 1위인 나달이 어머니국가(라틴국들은 스페인을 어머니국가라고 한다.)인 스페인의 선수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중남미국가들은 올림픽에선 최약체다. 아프리카만도 못하니 말이다. 현재까지의 중남미국들의 메달순위를 보니

                              금    은    동
브라질                     3      3      8
쿠 바                       2      9      11
아르헨티나               2     0       3
멕시코                     2     0       1
도미니카 공화국       1      1      0
파나마                     1     0       0
바하마                    0      1       1
콜롬비아                 0      1       1
에콰도르                 0      1       0
칠 레                      0      1       0
베네수엘라              0      0       1          
---------------------------------------
  계                       11    17      26

이렇다. 중남미를 통째로 합해야 한국 정도 수준의 메달 집계를 보여준다. 이렇듯 중남미 국가들은 축구를 제외한 타 스포츠에서 약세이다보니 이웃 국가들의(타 중남미 국가) 경기에도 많은 관심을 갖는다. 그러니 실제로 푸에르토리코의 주심이 쿠바팀에 은근히 끌려서 선심성 판정을 했다했도 그리 이상한 것도 아니다.(그렇다고 옳다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스페인의 식민지였다는 역사적 동질성 때문에 갖는 같은 언어와 비슷한 문화를 가졌으니.

어쩌면 이들 중남미인들에겐 쿠바와 한국의 야구경기에서 쿠바팀을 응원하고 있는 동양인들을 보는 일이야말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들로서는 그들이 구별 못하는 똑같은 얼굴에, 어느 정도의 동질성을 가진 문화, 한자권역인 한중일 3국이 쪽바리, 짱께, 빵즈, 춍 이런 말로 서로를 못 잡아먹어 난리라는 사실을 안다면 어리둥절해 할 것이다. 혹시 자는 서로의 역사(사연)가 틀리다고 할 지 모르지만 파라과이는 국토의 상당부분을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에 전쟁을 통해 빼았겼다.(사실 이구아수 폭포도 파라과이의 영토안에 있었다.) 최근의 에콰도르와 콜롬비아처럼 전쟁 직전까지 가기도 하고 실제로 붙어들 있다보니 영토분쟁이나 전쟁도 역사적으로 많았다.

한중일 삼국도 이들 중남미 국가들처럼 서로 응원하며 같이 올림픽 경기를 관람 할 수 있는 그런 날이 올 수 있기를 바래본다.









어젯밤 파라과이 방송의 올림픽 중계를 하는 해설자가 '여러 종목의 스포츠를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그렇지만 모든 이들의 입맛에 맞는 방송을 할 수는 없다. 태권도의 경우에는 사실 내게도  별로다.'라는 요지의 말을 할때 조금은 씁쓸한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태권도 경기를 보여주지 않은 것에 시청자들의 불만이 많았나보다. 태권도는 파라과이에도 널리 퍼져있고, 이번에 중남미에서도 태권도에서 메달을 획득한 것으로 알고 있다. 미국에서 태권도로 유명한 로페스 가문도 이름으로 알 수 있듯이 라틴계이고. 하지만 태권도 인구가 많아도 재미가 없음으로 방송에서 외면받는 것을 보면 실제로 태권도 시합에도 어떠한 변화가 있긴 있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