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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0. 3. 10:56

남자가 쏘는 것이 여자의 문제일까?

며칠 전에 RSS에 걸린 '한국남자들의 지갑이 걱정돼요'라는 제목을 봤다. 처음에 보고는 '뭔 소리야'하고 그냥 지나쳤다가 다음날도 여전히 걸려있는 글을 보고 제목에 살포시 포인터를 갖다데고 글쓴이를 봤더니 일본인 블로거 사야까. 그제서야 나는 어떤 내용의 글일지 감을 잡고는 난리가 났겠군. 하고는 그 블로그에 들어가 봤다.
역시나 댓글은 730개에(현재 750개), 블로그 쥔장은 이해를 구하는 글을 덧붙여놨다.

한국인들이 한국인끼리 자조하는 말이나 글을 쓰면 그려러니 하고 넘어가지만(아니 오히려 동조하고 맞장구를 치는 경우도 많다.) 그것이 외국인이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내가 아는 한국분 중에(60이 다 된 분이다.) 툭하면 '한국인들은 안돼. 짚신은 안된다니까. 한국이 발전하려면 50세 이상된 인간들이 다 죽어야 해'라는 말을 하는 분이 있다. 나야 묵묵히 듣고 있지만,  (같은 한국인으로서 앞에 두 문장에선 맞장구를 쳐도 괜찮지만) 만일 내가 그 분 앞에서 '맞아요. 50세 이상은 다 죽어야 해요.'라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

가끔씩 파라과이 사람들과 한국과 한국인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경우가 있다. 이곳의 지식인들의 경우, 대부분 한국의 짧은 기간동안의 발전에 대해 높이 사고 칭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의례 나는 겸손을 떠느라 한국의 문제점도 같이 이야기하는데, 반대로 내가 이야기하는 한국의 문제점을 외국인이 지적할때면 난 괜히 가슴이 뜨거워지며 변명을 하게 된다.(분명히 맞는 소리인데도)

하여간 블로거 사야까가 한 실수(?)(내가 실수라고 하는 점은 만약에 사야까가 자신의 글이 저런 반향을 일으킬 줄 알았다면 쓰지 않았을 거란 예상에서 하는 말이다.)는 자신이 여자이고 그것도 일본인이라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야까의 글을 읽어보고 내 경우를 생각해봤다. 난 이민생활을 하느라 중고등, 대학교를 늦게 다닌 덕분에 어디서나 형이고 오빠였던 덕분에 대부분 내가 쏘는 입장이었다. 그럼에도 몇번의 예외가 있었는데

1. 대학교 2학년때 신입생 입학서류를 정리하는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다. 그러다가 우리과에 들어온 신입생들의 서류를 정리하게 되었는데, 한 여학생이 눈에 띄었다. 지방의 고등학교에서 내리 전교 일등을 한 이쁜 여학생. 마침 지방도 내가 살던 곳과 가까운 곳이어서 이름과 얼굴을 내 머릿속에 각인 시켜 두었었다. 그리고 몇달 후, 그 여학생과 둘이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영화를 보고, 저녁을 먹고, 대학로의 분위기 있는 찻집에서 차를 마시는 중에 그 후배가 가방을 열더니 만원짜리 세 장을 내놓는 것이 아닌가? '처음이라서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서요.'
나는 근엄하게(?) '떼끼, 선배한테 그러면 안되지'하고 돈을 제자리에 원상복귀 시켰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런 쑥맥 여후배가 보기는 좋았더라는.....

2. 내가 알고 지내던 여동생(?)중에 대학 졸업후 바로 직장생활을 해서 나 같은 늦둥이 대학생보다는 경제력이 앞서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나에게 '대학생이 무슨 돈이 있어? 직장다니는 내가 내야지'하면서 자주 고기도 사주고 밥도 내게 사줬다. 내가 돈을 내는 경우는 대여섯번에 중에 한번이었을까? 누굴 만나도 돈을 내는 내가 그 친구 앞에선 고이 지갑을 넣어 두었는데 그것은 내가 돈이 없어서도 아니었고, 그 친구가 돈이 월등히 많아서도 아니었다. 다만 그 친구가 그걸 바라고, 나를 위한다는 배려로, 나 역시 부담없이 받아도 된다는 필이 있어서였다.(난 지금의 아내인 내 여친과는 7:3 정도로 돈을 냈던 것 같다.)

3. 내가 파라과이에서 중학교를 다닐때, 금발의 L양이 나와 같은 반이면서 같은 동네에 살고 있었다. 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L과 나는 알고 있었고 내가 학교를 다니면서 더 자주 보게 되었다. 이 L양은 상당한 미인이었는데, 그녀와 같이 도심 중심지를 걷노라면 주위의 휘파람 소리와 따가운 눈초리를 감수해야 했었다. 어찌됐건 이 이쁜 L양은 내가 학교에 들어간 첫해에 돈을 꿔달라, 먹을 것을 사달라며 요구하는 일이 잦았다.(이것은 나뿐 아니라 다른 남자애들에게 마찬가지였지만, 내가 돈많은 Coreano라고 생각해서 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해가 바뀌고, 동네가 같아서 같은 등교길에 많은 이야기를 하고, 친하게 지내면서는 내게 돈을 빌리는 일도 없었고, 설령 빌리더라도 그 다음날 칼 같이 갚았다. 즉, 별로 친하지 않고, 호구로 보일때에는 외국에서도 남자가 돈을 쓰는 일이 잦지만, 친해지고 서로를 이해하면 상대의 지갑도 배려할 줄 알게 되더라는 것이다.

4. 최근에 젊은 한국여인네들과 몇번 본 일이 있는데(마누라 동석 필!) 오히려 우리 부부가 얻어먹는 일이 잦았다. 분명히 우리는 사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만나는 자리였는데 오히려 우리가 얻어먹거나 반반 정도 부담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것을 보며 신세대는 신세 지지도 않고 빚지지도 않으려는 마음이 크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혹시 우리가 그렇게 불쌍해 보였나?)


사야까는 커피점에서 본 남자가 나머지 세명 여자의 커피값을 계산하는 것을 보고 그 지갑을 걱정했는데 그 걱정은 쓸데없는 것이 아니었을까? 설마 사야까의 말대로 일주일 내내 그 비싼 커피를 사지도 않을 뿐더러, 만일 그렇다면 그 만한 능력이 되니까 사는 것일 것이다. 내가 늘 하는 말대로 '있는 놈들이 써야 경제가 돌아간다'는 말처럼. 칼이나 총으로 커피사라고 협박 당하는 것도 아니고 그럴 맘이나 형편이 안되면, 안사고 안만나면 그만이다. 사실, 상대편에 대한 배려없이 얻어먹는 사람들은 안 보고 안 만나는 것이 스스로의 인생에 도움이 된다.

고로, 내 생각엔 여자가 남자에게 얻어먹는 일은 결국은 남자가 여자에게 사주기 때문이며 그것은 성별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얌체같은 여자가 있으면 안보면 그만이다. 최근에 내가 봤던 생각있고 프라이드가 있는 요즘 여자들은 얻어먹으려는 생각을 갖고 있지 않았다. 혹시 일방적으로 한쪽에서 사거나 얻어먹을 수 있는 사이라면 그만큼 서로에게 친밀감을 갖고 있는 사이일 것이고 그건 그들 사이의 일이다. 그렇지 않은데도 총, 칼의 위협없이 내 돈을 누군가에게 쏟아붙고 있다면 그건 비단 남녀간에서만 아니라 모든 대인관계에 존재하는 호구일 뿐 아닐까?

처음에 쓴데로 나는 남자 대 여자로써가 아니라 형이나 오빠로써 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런 부분보다 (사실 밥사면서 내가 왜 사야 돼! 하고 불평하는 것도 쪼잔스럽지 않은가? 싫으면 그만이지.) 최근에 내 고민은 친구나 아는 사람끼리 여럿이 먹을때이다. 여럿이 먹다보면 금액이 장난이 아닌데, 더치페이를 외쳐도 쉽게 받아들여지지가 않는다. 내 지갑의 과다 출혈이 예상되는 만큼 남의 지갑도 걱정이 되다보니 쉽게 사기도, 얻어먹기도 쉽지가 않으니.....


한국도 빨리 더치페이의 문화가 들어섰으면 한다. 그런 점에서 '한국인들의 지갑이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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