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araguay 이민생활

불황의 징조들



파라과이에서 장사를 하면서 몇년전부터 겪었던 고통중에 하나가 동전부족.
파라과이의 돈가치가 떨어지면서 동전이 멜팅포인트를 넘어서 외국에 팔려가고, 또 국가엔 돈이 없어, 동전을 제대로 시장에 대지 못해서 생긴 현상이다. 그런데, 한 이주전부터 동전이 차고 넘친다. 어제도 이십만과라니 어치의 동전을 누가 갖고 오더니, 오늘은 또 사십만 과라니의 동전을 갖고왔다.
최근 한달간 바꾼 동전만 백몇십만 과라니.
불황의 여파로 애꿎은 저금통들만 박살나고 있나보다.



약 한달전부터 장사가 별로다. 나 뿐 아니라 파라과이에 있는 모든 교포들이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듯 한데, 아무리 세계의 후미진 곳이라도 미국발 세계불황에서 예외일 수는 없는 법.
그런데, 언제부터 꽤 많이 팔아주는 단골이 생겼다. 매일와서 맥주니 담배를 팩으로 사가는 손님. 매상이 떨어져서 울상인 판에 새로운 단골이 생겼으니 반가움과 함께 새로운 얼굴에 대해 생기는 호기심.  밤마다 한명의 청년과 세명의 아가씨가 번갈아 오며 물건을 사간다.
그러던 어느날부터 아가씨중 한명이 내게 미소를 지으며 말을 붙이고, 친근함을 표시한다. 또, 내 미모에 반했군(^^) 하고 우쭐해 했다.

며칠전 동네의 한 아는 녀석 A가 오더니 이 근처에 윤락업소가 생긴걸 아냐고 묻는다. 오지랖이 넓은 A가 동네에서 최근에 몇번본 청년과 아가씨를 길에서 보고 두세 블록을 태워줬는데, 그들이 놀다가라며 단돈 3만 과라니(칠천원)면 된다고 했다는 것. 그리고 그 두명을 우리 가게에서 자주 봤다는 증언.

번뜩 최근에 생긴 효자손님에 생각이 미쳤지만 근처에 학교가 서너개인 동네에 그럴 수가 있냐며 신중발언을 한 후, 조사에 들어갔다. 결과는, 역시나.
동네에서 이사간 B가 세를 주고 갔는데 그곳이 매춘굴이 된 것. 연립주택식으로 된 탓에 복도를 지나야 되는 그 건물 주민들이 열받았다. '건물에 들어서는 내 딸과 아내도 XX가 되는 것 아니냐. 어쩐지 그 앞을 지날때마다 사람이 많고 마리화나 냄새가 나더라니.....'라고 내게 술먹곤 말한다.

파라과이에 많은 수의 파라과조들이 스페인으로 넘어갔었다. 최근 몇년간 스페인이 세계 경제순위에서 한국을 제치면서 잘 나가는것 같더니, 유럽에서 이번 경제한파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고 있다고 한다. 많은 파라과이인들이 다시 돌아오고, 스페인으로부터의 송금이 끊기면 이곳에도 영향이 올 것인데. 아직 파라과이는 그 직접적인 영향은 오지 않고 있는 듯 하다. 내 개인적인 생각엔 돌아오는 파라과이인들이 스페인에서 모았던 뭉칫돈을 가지고 오기 때문에 당분간은  시장에 돈이 풀리지 않을까하는 예상이지만 그도 언제까지 갈지는 미지수.

어쩌면 그곳에서 일한다는 세명도 스페인에서 돌아왔을지도 모를 일.(파라과이에서 스페인으로 많은 여자들이  알면서 모르면서 그렇고 그런 일자리로 날아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