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

선생님의 고집

나는 되도록이면 모든 일에서 양면성을 보려고 한다. 어떤 일도 좋기만 한 일은 없고 나쁘기만 한 일은 없다고. 하지만 이번 이당선자의 잘못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굳이 좋은 점을 찾자면 영어몰입교육에 대한 국민의 반감을 강화시키는데 한 몫 하리라는 점이리라.
이당선자 지지자들중에서 그깐 말 실수로 장차 대통령될 분을 깐다는 논리가 나왔다. 한마디로 말꼬리를 잡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실수가 아니다.

첫째, 한국을 영어문제로 들끓고 있게 만든 당사자가 이명박당선자이다. 국민들의 거센 반대에 뒤로 물러서는 듯한 태도를 취해놓고선 doing best라는 말을 썼던 것. 결국은 본인이 옳다는 고집의 표현이다. 그런데 그 본인의 의지도 맞게 표현하지 못한셈이다. 자신의 뜻도 옳게 표현 못하면서 영어로 실갱이를 했던 자신의 일화를 얘기하거나 콩글리쉬를 논하다니. 이명박당선자가 영어 한 마디 못하면서 몰입식 영어 교육을 얘기하든 영어 공용어 논쟁을 야기하든 했더라면 차라리 우리세대가 못하는 영어 다음 세대엔 제대로 해보자 정도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전 뉴스들에서도 볼 수 있듯이 안녕하세요 대신 good morning하는 것도 뉴스꺼리가 되는 지금, 이건 마치 초등학생들에게 선생님이 '니들은 곱샘, 나눗셈도 못하냐!' 하면서 산수 시범 보이다 덧셈, 뺄셈에서 틀린 격이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면 될껄 왜 굳이 틀린 영어를 선보였냐 이것이다. 이 시점에서. 정말 최선을 다하려 했다면 보좌관들을 불러 국민들에게 이런 이런 영어표현을 써볼까 하는데 맞는가 하고 물어보는 것이 최선이 아니었을까? 어차피 작심하고 쓴 영어표현이었을테니 말이다.

둘째, 말 실수가 아니다. 만약에 이전에 나왔던 인수위에서의 good morning이 good evening이었다면 아침인사를 저녁인사로 실수 했다고 하겠지만 이당선자의 이번 어휘사용은 실수가 아닌 잘못알고 틀린것이다. 잘 알지 못하고 사용한 영어처럼 이당선자의 영어몰입교육계획도 잘못알고 있는 것일 수 있다.

셋째, 이러한 일련의 말많은 공약들이(영어,운하) 총선을 앞두고도 국민들의 반대가 확실한데도 사소한 언행에서 조차 고집스럽게(best of best, doing best) 밀어붙여지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 대통령도 아닌데다가 총선을 코 앞에 두고도 이럴진데 본격적으로 정권을 인수하고 총선이 끝난 다음이라면 어찌될지는 말 안해도 짐작할 만하다.

넷째, 알아서 맞춰주는 언론의 태도이다. 사실 이런 부분은 인수위의 good morning 보다는 더 확실한 뉴스감인데 아직 정식 뉴스는 뜨지 않고 알아서 수정해주니 블로그들과 댓글들이 난리일 수 밖에(그나마 이것이라도 있어서 안심이 아닐까?)


마지막으로 바램이 있다면 인터넷에서 이명박당선자에게 쓰이는 막된 표현과 태도는 고쳐졌으면 한다.(이 부분은 이명박 지지자들에게 동의) 많이들 노무현대통령한테는 어쨌었냐고 하는데, 이것은 같은 사람이 되겠다는 얘기밖에 되지않는다. 도덕성에서 우월성을 갖는 것이 앞으로를 위해서도 유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