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araguay 이민생활

파라과이가 한국보다 나아 보이는 점 한가지.

     황열병이 파라과이에 퍼지고 있습니다. 며칠전 포스팅에서 짧게 언급했는데 저도 제 와이프와 애들을 데리고 가서 예방주사를 맞고 왔습니다. 원래는 일주일정도 기다렸다가 맞을 계획이었는데 아는 지인이 와서 가까운 시내에서 놔주고 있으니 맞으라고 알려줘서 갔다왔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접종하는 사람만 30여명 정도 였습니다.


      이미 국내에서 35명이 황열병으로 판명났고 6명이 사망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파라과이의 수도인 아순시온에도 황열병 환자가 발생했습니다.
어제 저녁 뉴스에도 황열병 주사를 놓고 벌어지는 소동을 뉴스시간 내내 비추고 있었습니다. 뉴스에서는 지방에서 보건소에 새벽 세시부터 줄섰다가 정오무렵에 주사약이 떨어져서 접종받지 못하고 돌아가야 하는 주민들의 불만이 다루어졌고 곳곳에서 길을 막는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땡볕에 가서 줄서기가 싫어서 미루고 있었습니다.(요 며칠 낮 온도가 다시 36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접종장소에 가자 두 블록 정도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마침 퇴근 시간이라서 퇴근길에 주사를 맞기 위해 오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줄을 서고 5분이 채 되지 않아서 보건국 관리자가 와서 유아들을 데리고 왔으니 앞줄로 가라고 해서 바로 주사를 맞을 수가 있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파라과이에서 살면서 이것은 한국 보다 낫다고 느낀 점이 한가지 있는데 그것은 노약자에 대한 배려입니다. 파라과이의 버스에도 노약자석이 가끔씩 보입니다.(스티커가 붙은 버스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엔 노약자 지정석의 유무에 관계없이 노인이나 임산부, 어린 아이를 데리고 탄 엄마가 버스에 서서 가는 것을 보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관공서와 공사 같은 경우에는 법으로 노약자들의 경우 우선적으로 사무를 처리해주도록 되어 있다고 합니다. 몇년전에 첫째를 낳고 얼마되지 않아서 전기세를 내러 간적이 있습니다. 마침 연말이라 전기세를 내려는 사람들로 줄이 두 블록을 넘어서고 있었습니다. 한여름에 아기를 안고 몇시간이 걸릴지 모를 줄을 서있으려니 끔찍하더군요. 그런데 잠시 후에 전기국의 경비원이 와서는 저희를 데리고 납세창구 맨 앞으로 데려가서 금방 전기세를 내고 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다른 사람들에게 미안해서 이래도 되느냐고 했더니 법으로 정해진 일이라고 하더군요. 저와 제 와이프는 태어난지 두 달된 녀석이 벌써 효도했다고 흐뭇해 했고요.


      오늘도 애들을 데리고 줄을 헤치고 지나가는데 많은 사람들이 '애기가 있네' 하면서 길을 선선히 비켜주었습니다. 불만을 표시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줄이 블록 너머로 이어져 있고 모퉁이에는 경찰이 질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유교적이며 동방예의지국이라는 한국에서 노약자석을 꼭 지정해야하고 그 노약자석을 놓고 비켜라 못비킨다 하는 다툼이 인터넷 공간에서 종종 보이는 것은 아이러니입니다. 노약자석을 만들어 놓으면 그 순간부터 노약자의 좌석은 지하철이나 버스의 한 귀퉁이로 한정되는 느낌입니다. 차라리 노약자석을 없애고 국민들에게 공익광고(가끔씩 하는 것은 알지만 완전히 자리 잡을 때까지)나 시민운동으로 계몽을 하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