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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guay 이민생활

덥다, 더워.

며칠전에 써 놨던 글....

 


아침 8시. TV를 켜면 좌측 상단에 섭씨 30도를 표시하고 있다.

밤 9시. 뉴스를 보려고 했더니 39.8도를 나타내던 온도가 36도로 바뀐다.

최근 일주일 가량 연일 40도를 넘는 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바로 그 전에는 파라과이의 여름 날씨치고는 제법 괜찮다싶다는 글을 써볼까 했었는데, 웬걸, 파라과이의 더위가 괜히 악명이 높았던 것은 아니었던 것.

이번 더위가 오기 전 두달 정도 기간은 삼사일 덥다 싶으면 소나기가 와서, 건물과 거리의 열을 식혀주곤 했는데 이제는 비도 오지 않는다.

이런 무더위가 연속으로 계속되면 이래저래 손해가 크다. 작년부터 가게에 있는 냉장고들의 모터를 여름마다 두세개씩 갈고 있다. 올해는 제일 크고 비싼 프랑스제 모터가 나가는 바람에 모터 하나에 들인 비용만 160만 과라니.....

그나마 다행인것은 그다지 덥지 않던 몇주전 집과 가게의 전기 시설을 새로 손 본 덕분에 무더위에도 집안에서 전기배선쪽 문제는 별로 없다. 다만, 그저께 밤 12시. 집에 전기가 나갔다고 나를 부른다. 며칠전부터 자주 내려가던 차단기가 이제는 아예 작동이 안된다. 진작에 바꾼다 바꾼다 하면서 게으름으로 미뤘던 후회가 온다. 전기 공사를 하면서 하나에는 15000과라니, 12개들이 한 상자에는 개당 12500과라니에 준다기에 사놓은 누전차단기 한 상자가 있어 다행이다. 여차하면 가게에서 팔 요량으로 전기공사용 이외에 한상자를 더 사놓은 것이었다. 깜깜한 밤에 전기를 만지는 것이 위험하니 날 밝으면 만지라는 소리를 뒤로하고 손전등을 비추며 차단기를 바꾸는 팔을 타고 땀이 뚝뚝 떨어진다. 덥다. 이런 날씨에 부엌 냉장고를 그냥 꺼둔채로 둔다면 안에 있는 음식은 다 상할 듯 싶다. 밤 12시에 별로 내키지 않는 전기 수리라니.....

십대때, 어느 겨울, 샤워 중이었다. 팔을 뻗어 머리를 감으려는데 순간 눈앞이 하얘지며 쓰러졌던 적이 있다. 머리를 감으려던 손이 머리 위의 순간 온수기를 건드리고 감전이 되었던 것. 몇초후에 정신을 차리고 위를 보니 순간온수기가 파이프에서 떨어져 전선에 매달려 걸려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젖은 몸에 순간온수기에 감전되고 무사했던 것도 천운이었고, 파이프에 고정되어 있던 순간온수기가 떨어진 것은 미스터리. 사람이 위기의 순간에 내는 힘의 위력이란.

어찌됐든 내키지 않는 전기수리를 마치고 불을 켜자 어린 아들이 신기한듯이 아빠를 쳐다 보기에 한마디 해줬다.
"이담에 니가 크면 다 니가 해야 할 일이다." 고개를 끄덕이는 아들.

파라과이만 미치게 더웠던 것이 아니고 이웃 브라질도 꽤나 더웠던 모양이다. 축구 해설중에 해설자가 더위에  실신을 했다니.... 겨우 37도의 날씨에. 최근 파라과이는 낮동안 42도 정도를 유지했었다. 파라과이와 브라질에서 더위로 인한 사망자들이 두자릿수로 나왔었다.

파라과이는 전세계에서 제일 큰 수력 발전소를 이웃 나라 브라질과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다. 이따이뿌 댐에서 나오는 파라과이 몫 전력의 80%인가를 저렴한 가격에 브라질에 되팔고 있는데, 올해 여름 무더위와 함께 역대 최고의 전력 사용량으로 잦은 정전을 맞고 있다. 이런 사태를 두고 파라과이의 국회의원 한명은 '(세계에서 제일 큰 수력발전소 덕분에) 전기 에너지에서 헤엄치고 있으면서 정작 전력 사용이 많은 때는 전력 부족으로 고생한다. 파라과이가 더운 나라라는 사실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며 관련기관과 정부를 비판했다.


사흘전인가? 갑자기 먹구름과 함께 남풍이 불더니 더위가 조금 수그러들었다. 그래도 낮온도는 거의 35도. 그래도 한결 살만하다. 날이 조금씩 짧아지는 것이 느껴지는 것을 보면 여름이 지나가고 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