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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guay 이민생활

외국에서 교통사고를 냈습니다.

      지난주 목요일 밤에 교통사고가 있었습니다. 사고라고는 하지만 경미한 사고였습니다. 차로 모퉁이를 도는데 어느 할머니가 갑자기 나타나서 급브레이크를 밟았습니다. 제 차는 사오십센치 정도 더 앞으로  나아갔고 그 할머니는 자동차 본네트를 짚고 어어 하다가 뒤로 엉덩방아를 찧었습니다. 그러니까 그 할머니의 신체하고 제 차하고는 직접적인 접촉은 없었습니다. 시간이 밤 8시였고 그 모퉁이에 가로등이 없어 껌껌한 상태였기 때문에 다시 똑같은 상태에서 운전하라고 해도 피할 수 없으리라 생각됩니다.(그 할머니 왈 '내가 운전을 수십년했고 그쪽 차를 봤지만, 차가 (그때) 커브를 돌리라 생각지 않아서 길을 걷넜다'고 했습니다.  아니 깜빡이를 켰는데 돌지 않으리라고 생각하고 찻길에 들어오다니요.....)

      좌우간 그 할머니가 넘어진 후 저는 차에서 내려서 그 할머니를 부축했습니다. 그 사이에 동네(저희 집에서 두블록 떨어진 곳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의자를 가져오고 저랑 같이 그 할머니를 부축해서 의자에 앉혔습니다. 그 와중에 동네사람들이 '이 사람은 우리랑 안지 오래됐는데 좋은 사람이다. ' 하면서 저에 대해서 좋은 얘기를 해주고 있었습니다. 그리곤 한 오분정도 의자에서 쉬게한 후 그 할머니를 태워서 집에 데려다 주었습니다. 집이 3층이어서 제가 삼층까지 부축해서 집에 데려다 준후 제 이름과 전화번호를 놓고 나왔습니다.
      집에 와서 생각했습니다. '나이 든 할머니라 넘어진 것 만으로도 이상이 있으면 어떡하나''전화가 올테지.... 안 오면 좋을텐데..... 전화가 오면 어떡하나.....' 자동차 보험을 1년 단위로 계약을 하는데 이번 이월이 계약만료라 재계약을 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하필이면 이럴 때.....
그리고 이튿날 아침 역시 전화가 왔습니다. ' 많이 아프지는 않은데 약간 통증이 있고, 혹시 모르니 엑스레이를 찍어야겠다. 보험들어 논 병원이 있으면 가자'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일단 내 보험회사하고 이야기를 해봐야겠으니 다시 전화를 하겠다고 하곤 전화를 끊고 제 보험 담당자와 전화를 해서 사고 경위를 설명하곤 어떡해야 될지 자문을 구했습니다. 보험에서는 경찰에 신고를 하고 국립병원으로 데리고 가서 진단을 받으라고 했습니다.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 이유는 그렇지 않고 시일이 흐른 후에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를 할 경우 잘못하면 뺑소니나 주의의무위반 같은 덤탱이를 쓸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보험설계사와 통화 후 그 할머니와의 통화내용을 녹음하기로 마음먹고 녹음준비를 하고는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 할머니 왈 '머하러 번거롭게 경찰서에 가느냐, 그냥 병원만 갔다오면 됐지. 그래도 당신이 원하면 가자'고 했습니다. 대충 이런 통화내용을 녹음한 후 그 할머니의 집으로 가기 전에 사고를 보고 있던 동네 사람들에게 들러 증인이 되어 줄수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그게 무슨 친거냐, 우리가 증인이 되 줄테니 걱정말아라. 사고 당시에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노인네가 썬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 그런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저는 당시에 어두운데다 정신이 없어서 썬그라스는 보지 못했었습니다.

      그 할머니 집으로 가서(저희 집에서 세블록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태우곤 경찰서로 같이 갔습니다. 저는 그 할머니와 저의 대화를 녹음(녹화)하기 위해 제 컴팩트 디카를 가지고 갔었습니다. 그 할머니는 차에서 웃으면서 농담을 하며, 왜 경찰서에 가려고 하느냐는 둥, 집에가서 보니 몸에 긁힌 자국 하나 없고 멀쩡하다고 하며 저를 안심시키더군요. 첫번째 간 경찰서는 집에서 제일 가까운 곳이었지만 자신들의 관할이 아니라며 다른 경찰서로 가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좀 더 떨어진 경찰서로 갔더니, 심각한 사고가 아닐경우에는 바로 접수가 안되고 병원에서 검사기록을 가져와야만 신고를 접수한다며 먼저 병원에 가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경찰서에서 나와 국립병원으로 갔습니다. 파라과이의 국립병원은 시설이 열악할 뿐만 아니라 사람이 많아서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합니다. 그런데 이날은 다행히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고 엑스레이를 찍을 수 있었습니다. 다만 찍은 엑스레이를 봐줄 의사는 오후 3시 반에나 있으니 다시 오라고 했습니다. 일단 병원에서 순서를 예약을 하곤 그 할머니를 자기 집에 데려다 준 후에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와서 다시 보험설계사랑 통화를 해 봤더니 아무래도 보험회사에 신고를 하는 것이 좋겠다며 저를 데리러 집으로 왔더군요. 그 할머니와 병원에 갈 시간이 가까와져서 망설였더니 잠깐이면 되니 빨리 가자고 해서 보험회사로 갔습니다. 보험회사에 갔더니 상담원이 이런 일화를 이야기해주더군요. '  멈춰져 있는 차 뒤로 오토바이가 와서 부딛치고는 6개월 뒤에 후진하는 차에 치였다며 소송을 걸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얼마전에 제가 아는 한국분중에 한분은  술먹고 길에 뛰어든 사람하고 살짝 부딛쳤다가 괜찮다고 해서 보내놓고 나중에 시비에 걸려서 몇천불이 들었습니다. 제가 녹음한 내용을 들려주자 뭔가 꾸미고 있는것 같다며 이런 사고의 경우 사고 당사자보다 주위에서 나쁜 의도로 꼬드끼는 경우가 많으니 되도록 빠른 시일에 해결을 보는 것이 좋다고 했습니다. 보험회사에서는 일종의 각서를 주면서 가능하면 경찰 신고와 함께 서류에 싸인을 받고 법무사에게 같이 가서 공증을 받으라고 했습니다. 그 서류에는 '내가 얼마얼마를 받고(치료비) 앞으로는 보험회사와 사고낸 이에게 문제를 삼지 않겠다.'는 내용이 쓰여 있더군요. 의외로 보험회사에서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접수하고 사고경위를 설명하는 것이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군요. 그나마 사고 경위서를 받는 아가씨가 미인이어서 그 착잡한 와중에서 기분이 좀 나아졌습니다.^^  사고 경위서를 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 것이 사고 경위를 설명하는데 단어 하나하나 쓰는 것이 조심스러웠습니다. 차로 치었다고 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사람이 차에 부딛쳤다고 하기도 그런, 그런 문제였습니다. 일단 설명을 할때는 엉덩이를 다쳤다고 말로 했는데 막상 경위서를 쓰려니 엉덩이가 아닌 둔부여야 하고 허벅지가 아닌 대퇴부여야 하는 그런 용어상의 문제(일상용어와 전문용어의 차이)에 부딛쳐서는 보험회사 직원의 도움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그 할머니에게는 3시에 집으로 데리러 간다고 했는데 보험회사에서 3시가 다 되어갔습니다. 그런데 집에서 전화가 왔더군요. 아직 3시도 안되었는데 왜 아직 데리러 오지 않냐며 그 할머니가 악을 악을 쓰며 전화가 왔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할머니의 집으로 전화를 했지만 이미 집에서 나갔다고 식모가 이야기를 해서 핸드폰으로 전화를 해선 보험회사에 있으니 죄송하지만 10분뒤면 도착할 거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곤 허겁지겁 보험회사를 출발해서 그 곳에 도착하니 3시 15분. 저를 보더니 왜 시간약속을 안지키냐며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더군요. 제가 '3시 전에 좀 늦는다고 전화를 주려고 했는데 당신이 먼저 전화를 했고 또 집으로 전화를 했더니 밖에 있데서 전화를 하지 않았느냐'했더니. 니가 시간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내 남편을 불렀으니 기다리라는 것이었습니다. 3시 30분에 병원진료가 잡혀져 있었는데(이곳 아순시온은 도시가 넓지 않아 웬만한 곳은 10분에서 15분이면 도착합니다.) 그 할머니의 남편이란 사람을 30분을 넘게 차에서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차에서 기다리고 그 할머니는 밖에 있는 동안 큰 소리로 울면서 아프다며 동네 사람들을 잡고 하소연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침에 사람좋게 웃던 얼굴은 사라지고 찡그린 얼굴로 아프다며 동네방네 소리지르면서 통곡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곤 보험회사에서 가져온 종이에 싸인 받기를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후에 온 남자는 척 봐도 그 할머니의 남편은 아니었습니다. 나이는 50이 됐을까 말까에 검은 피부에 실내화에 청바지. 제가 보기엔 동네에서 이일 저일 봐주는 일꾼 한명을 데리고 온 것이 분명했습니다.(그 할머니는 전형적인 서구 여자로 하얀 피부에 멋쟁이입니다.)
그렇게 셋이서 병원을 가서 엑스레이를 보여주고 의사의 진찰을 받은 결과  몸에는 이상이 없고 단지 부은 것 뿐이니 온수로 찜질을 한 이틀하면 괜찮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병원을 가는 도중과 가서 차례를 기다리는 와중에 같이 온 남자는 보험은 어디냐, 보험이나 경찰엔 연락을 했느냐등등 이런 저런 이야기를 저에게 묻더군요. 그 할머니는 쉴새없이 이곳 저곳과 통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병원에서 아무 이상없다는 진단을 받고 진료비와 검사비등의 영수증을 챙겨서 그 할머니와 남자를 태워주곤 저는 경찰서로 가서 신고를 했습니다. 경찰서에 갔더니 저에게 차 어디가 망가졌냐고 물으면서 차도 멀쩡한데 왜 신고하러 왔느냐고 저에게 묻더군요. 그래서 보험에서 하라는데로 하는 것이다라고 답해줬습니다. 보험회사의 설명으로는 사고가 나면 72시간안에 신고를 해야하고 신고가 접수되면 먼저 신고를 한 쪽의 내용이 신빙성을 인정받는다는 것이었습니다. 피해자일지라도 가해자보다 늦게 신고를 하면 그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것이었지요. 그래서 보험회사에선 되도록 먼저 경찰서에 혼자가서 신고를 하라고 하더군요. 

      경찰서에서 사고경위서를 작성하는데 보험회사에서 하던것보다 훨씬 엉성했습니다. 보험회사는 아프다는 상대방의 엉덩이가 어느쪽이냐 등등을 묻는데 경찰서에서는 어디가 다쳤느냐는 질문조차 하질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황당했던 것이 사고난 장소를 설명을 해줬더니 하필이면 사고 난 길이 해당 경찰서 관할의 경계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사고난 쪽은 실은 다른 경찰서 관할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폭이 6m정도 밖에 안되는 길의 반을 놓고 관할이 다르다며 접수를 안받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이미 저녁 6시가 다 되는데다가 되도록 빨리 신고를 하고 싶은 마음에 난감한 표정을 짓자 담당 경찰관이 자기에게 신세 지는 거라며 신고를 받아주더군요. 사고 이튿날인 금요일은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화요일인 오늘까지 아직 그 할머니에게선 연락이 오지 않았습니다.

      제가 금요일 저녁 제 와이프와 이런 이야기를 했었지요. '어차피 토요일, 일요일은 뭘 하기도 그렇고 월요일이나 화요일날 전화가 올거야'  토요일과 일요일엔 하루종일 비가 내렸습니다. 제가 말했던 화요일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쭉 연락없이 지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과다하게 사람을 의심하고 신경을 쓰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언제가 되든 연락은 올 것 같습니다. 같이 왔던 남자는 헤어지면서 제게 치료비는 어디로 청구하면 되느냐고 제게 물었고 그 할머니는 이미 가르쳐줬던 제 집 전화번호 이외에 핸드폰 번호를 물었기 때문입니다. 병원에서 아무 이상이 없다는데 치료비며 기존 연락처 이외에 다른 연락처를 요구했다면 다른 생각이 있는 것이겠지요. 연락이 오면 보험에 전적으로 맡길 생각입니다. 제 딴에는 할 만큼 다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걱정은 외국인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이곳의 사법체제입니다.

      올해는 새해부터 두번의 사고를 당했습니다. 다른 하나는 한달전쯤 대로에 정차해있는데 웬 차가 뒤를 살짝 박은 것이었습니다. 빨간불에 정차한지 꽤 시간이 흐른 뒤인데도 받힌것이 기가 막혔지만 뒷범퍼가 약간 일어나고 자국만 남았길래 그냥 보냈었습니다. 그리고 또 이런 일이 생긴 것입니다.



      다음으로는 파라과이에서 사고가 났을때 어떻게 대처해야 될까를 제 경험에 비추어 써 볼까 합니다.(혹시 다른 곳에서도 도움이 될까해서)

1. 사고가 났다면 당황하지 말고 나의 실수인지 상대방의 실수인지 확인하자.
저의 경우 증인의 말처럼 나이 많은 할머니가 어두운 밤에 썬그라스를 끼고 있었다면 상대방의 과실도 있을 것입니다.
2. 언어문제를 해결하라
다행히 해당국의 언어를 잘 한다면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을시엔 말 잘하는 지인에게 먼저 연락해야 합니다. 섣불리 예, 예를 하다가는 덤탱이를 쓸수도 있으니 확실치 않을시엔 조용히 있는 것이 낫습니다.
3. 보험에 들어있다면 보험회사에 연락하라.
4. 사고현장이나 차량뿐만아니라 가능하면 사고진행과정도 촬영하라.
요즘 핸드폰에도 카메라가 달려있고 디카가 일상화 되어있어서 사진을 찍거나 촬영하는것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촬영이 가능하면 되도록 전 과정을 촬영하십시요. 적극적으로 앵글을 맞추거나 할것없이 손에 들고만 있어도 녹음이 됩니다. 그렇게 하면 상대방이 하는 말(가해자가 나중에 말을 바꿔 피해자 행세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경찰의 질문 내용 등이 녹음(녹화) 될 수 있습니다. 외국에선 우리가 외국인이고 약자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므로 최대한 증거를 모으는 것이 유리합니다.
5. 증인을 확보하고 연락처와 인적사항을 적어라.
저의 경우는 사고 장소가 제가 사는 근처라 저에게 호의적인 증인들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6. 경찰에 신고하라.
큰 사고가 아닌 경우, 연락처를 주고 받고 지나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악의적인 상대를 만났을 경우 뺑소니가 될 수도 있습니다. 파라과이에서는 먼저 신고한 사람의 신고내용에 신빙성을 주며 신고는 72시간내에 해야만 한다고 합니다.
7. 가벼운 문제라 당사자끼리 해결할 경우 효력있는 각서(서류)를 받아라.
보험회사에서 제게 준 서류는 상대방이 싸인을 했을지라도 거짓으로 싸인을 할 경우 법적효력이 없음으로 공증을 받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사고현장에서 싸인받은 후 공증까지 받으러 가기도 힘들고 그 비용도 더 들 가능성이 있으니 그렇다면 싸인과 함께 날인을 받도록 해야합니다.
8. 사후 주의의무를 다하라.
사고를 낸 쪽이라면 다친사람을 병원에 데려다주고(당연한가요?), 경미한 경우라도 되도록이면 집까지 동행해서 집을 알아두는 것도 후일 있을 분쟁에 유리할 수 있습니다.
9. 경미한 사고로 상대방을 병원에 데려갔더라도 영수증등을 꼭 챙겨라.
별거 아니니까 하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나중에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10. 후일 상대에게서 연락이 오면 통화내용을 녹음하라.
상대가 어떤 비상식적인(?) 요구를 해 올 수도 있습니다.



      해외에 있는 것이 여행같은 단기체류가 아닌 상태에서 차를 소유하고 있다면 보험을 들기를 권합니다. 주위에서 일년 보험료 천불 아끼려다가 경미한 사고 한번에 몇천불씩 쓰는 것을 여러번 봤습니다. 보험에 들어있으면 평소에 있는 사소한 차량 손상등도 해결할 수 있고 저와 같은 일을 당했을때도 보험에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일단 평소에도 맘이 편합니다.
해외에 나와 있는 동안은 외국인은 약자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고 조심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