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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팅기억과 블로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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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들어가고 처음 얼마간은 미팅도 하지 않고 학교생활에 충실하기로 했었다. 게으른 천성에 노는걸 좋아하는 내가 미팅같은 것에 맛을 들이면 중이 고기맛을 본 셈이 될 듯 해서였는데......

개강을 하고 한달 남짓은 그런데로 버텼었다. 그러던 어느날 과 친구녀석이 오더니 오늘은 꼭 미팅에 나가야 한다며 날 잡아끄는 것이 아닌가? 녀석 왈 '오늘은 모여대 영문과랑 미팅을 하니 꼭 나가야한다.'는 것이었다. 그 유명한 여대의 그것도 그 유명한 영문과? 귀가 솔깃한 나는 본능에 이끌려 어느덧 그 여대앞의 까페에 들어가 앉아 있었다. 명불허전이라 했던가? 정말 아리땁고 뭔가 있어 보이는 처자들이 쭉 앉아 있었다. 정확한 숫자는 기억나지 않는데 그날의 미팅은 14:14 아니면 17:17이었다.(편의로 15:15로 하자) 워낙 많은 수가 미팅에 참여(?)해서 세 테이블에 나눠서 앉았다. 그리고는 30분마다 남자들이 테이블을 순례하기로 했다. 그때 저 멀고 먼 곳에 선녀 둘이 강림해서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내 평생에 테이블 하나의 길이가 그렇게 길게 느껴진 적이 없었고, 한시간 이라는 시간이 그렇게 길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그 테이블에 앉을 수 있었고 나는 내 맘에 쏙 드는 두명을 보면서 2/15의 확률을 계산해 보고 있었다. 10%는 넘는 확률이라면 해 볼만 했다. 그리고 운명의 시간. 파트너를 정해야 할 순간이 왔다. 여러가지 제안중에서 고스톱팅을 하기로 했다. 앉은 순서대로 번호를 정한 다음, 번호 15개를 종이에 적어서 남자들에게 나누어 주고 자신의 마음에 들면 고를 외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스톱을 외치곤 돈을 내고 종이를 걷어서 여자 쪽에 줘서 여자들도 같은 방법으로 파트너를 선택하는 것이다. 이것은 전적으로 남자들에게 유리한 것으로 여자들에게서도 미팅비를 받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아마 환락가(?)로 유명한 그 여대의 지역적 특수성을 감안했었지 싶다.

좌우간 그렇게 운명의 종이는 내 손을 열댓번 돌았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렇게 열댓번의 순번이 도는 동안 내게는 두명 중의 한 번호도 들어오지 않는 것이 아닌가? 언뜻 생각하면 15%X15번이면 최소한 두번은 내 손에 들어와야 할 망할 놈에 종이가 들어오지 않았고 나는 그럭저럭 만족할 만한 파트너와 첫미팅을 치르고 집에 돌아왔다.(그리 나쁘지 않았던 것이 상대방이 참 착하고 수더분한데다 유명인의 조카라 지금도 성은 기억한다. 현씨였다.)

그렇게 나의 운없음(?)을 한탄하며 잠자리에 들고는 이튿날 학교에 갔다가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었다. 어제 미팅의 주선자가 언놈들에게서 돈을 받고 미녀 여학생 둘의 번호는 손에 따로 쥐고 있다가 매수한 녀석들의 손에만 쥐어줬던 것이다. 그러니 열댓번이 아니라 수천번을 돌려도 내게는 기회가 오지 않을 수 밖에. 그런 사실을 모르는 나머지 13명은 스톱을 외치며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서 박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꽤 오래된 나의 미팅얘기를 꺼내는 것은 다음의 블로거뉴스를 보니, 지금이 바로 그런 상황이 아닌가 싶어서다. 6만명의 블로거들은 언젠가는 자신에게 아리따운 선녀가 강림하실 거라고 믿어의심치 않고 스톱을 외치며 주머니를 털어 미팅에 참여하고 있지만 기다리고 있는 것은 실망과 체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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