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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guay 정보

파라과이의 어린 부모들

파라과이에는 어린 부모들이나 미혼모가 참 많다. 생활수준이나 교육수준이 떨어져서인지 피임에 대한 인식이 없는것 같다. 내가 안타깝게 생각했던 몇몇 예를 들어보면


1. 중학교 2학년을 마치고 결혼했던 P. P는 중학교 2학년을 마지막으로 더는 학교를 다니지 않았다. 15살이었던 그녀는 임신을 했고, 아이의 아빠와 결혼을 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남자가 큰 목장을 가진 목장주의 아들이었다는 것이랄까? 그러나 15살의 나이에 엄마가 된 P는 제대로 된 중학교 생활도, 고등학교 생활도 해보지 못하고 그녀의 청춘은 사라지고 말았다.

2. 20살이 갓 넘어서 애 엄마가 된 N. 그녀의 집안은 파라과이에서도 제법 깨어있는 집에 속한다. 집도 못사는 편이 아니어서 N의 부모는 자식들을 다 파라과이에서 명문에 속하는 중고등학교에 보냈고, 케나다에 6개월간 어학연수도 보내기도 했다. 그리고 집에서는 외국인 하숙을 모 프로그램을 통해 받고 있어서 언젠가는 KOICA단원이 한달간 하숙을 한 경우도 있고, 독일인 자원봉사자가 일년간 머물다 간 적도 있었다. 그렇게 부모가 국제감각을 익혀주기 위해 노력을 해서 영어도 원어민과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였던 N도 덜컥 임신을 해서 미혼모가 되고 말았다. 아이의 아버지와는 헤어졌는데, 영어로 채팅을 하던 그녀는 영국남하고 결혼을 해서 지금은 유럽을 왔다갔다하며 벤츠를 몰고 다닌다. 지금은 잘 살고 있지만, 딸에게 큰 기대를 했었던 N의 부모가 딸이 미혼모가 됐을 때의 실망은 이루 말 할 수 없었다.

3. 역시 20살에 미혼모가 된 M. M은 시골 출신. 상대남 역시 시골의 가난한 집안 출신. 식모 생활을 하며 살아가는 그녀의 몇년째 소원은 제대로 된 중고 냉장고를 사는 것.(대화 중에 알게 된 사실은 시골에서의 물건 값은 부르는 것이 값이라는 것. 어리숙하고 순진한 사람들을 상대로 터무니 없는 가격을 받는 것인데, M이 중고 냉장고를 그녀의 집 근처 전당포에서 사기위해서 모으고 있는 돈이면 아순시온에서 새 냉장고를 살 수 있는 가격이었다. 그 이야기를 해주었다가 아순시온에서 M에게서 집까지 배달해줄만한 곳이 없다는 황당한 대답을 들었다.)
M의 아들의 아버지가 얼마간의 양육비를 대주고 있다는 사실은 좀 의외였다. 사실, 파라과이에서는 사랑(?) 뒤의 결과에 대해서는 나몰라라 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기에....

4. 파라과이 국립법대를 다니는 A군. A군의 집안 형편은 좋은 편이다. 형제들 모두 파라과이의 명문고등학교를 나왔고 얼굴도 잘 생겼다.
집안 좋고 키 크고 잘 생기고 학벌 좋은 A군의 유일한 단점은 젊은 날의 불장난으로 여친과 생긴 아이를 A가 키우고 있는 것. 지금도 가끔 아이의 엄마를 만나고 있는 A군.
자신의 아이를 사랑스럽게 데리고 다니는 A군을 보고 있노라면 홀엄마보다 홀아빠가 나을 수도 있겠다는 착각에 잠시 빠지기도 한다.^^

5. 내가 미혼모에 대해 생각하게끔 만든 L. 이제 17살인 L은 자매중에 성격도 제일 좋고 예쁘게 생겼다. 15살이 되기 전부터 술과 담배, 남자들에 둘러쌓여 살던 언니와는 달리 얌전하고 친절했던 L. 그런 L이 몇개월 전부터 배가 살짝 불러오더니 이제는 그 배를 감추지 않고 임신복을 입고 다닌다. 17살 고등학생이 임신복을 입고 다니는 모습은 나에게 애처로움을 불러 일으킨다. 꿈많고 할 일 많은 17살에 애 엄마라니....


예쁘디 예쁜 17살 소녀의 앞에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