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블로깅을 하다 파라과이에 사는 블로거(늦깍이님)를 만난 일을 포스팅했었다.
그 후 서로의 블로그에다 댓글을 달고 하다가
'세뇨라(아내) 핸드폰번호, 게시판에 남겨주시겠어요?
좋은 소식 전하려구요.^^ '
라고 써 있는 것이 아닌가?
나도 아니고 아내에게 좋은 소식이라....
늦깍이님은 내가 미인 앞에선 한마리 순한 양이란 사실을 모르시곤 내 아내의
전화번호를 달라고 하신 것 같은데 아내와는 서로 얼굴만 보고 변변한 대화도 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좋은 소식이라는건 영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인사 한번한 상대에게서 밥먹자고 한다고 좋아할 사람도 아니고 잘 모르는 사람과
통화를 반길 사람도 아닌 것(나와 달리 낯을 좀 가린다.)을 잘 알기에....
여하튼 핸드폰 번호를 남겨놓고 이튿날 아내가 늦깍이님의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모르는 사람과는 잘 말도 안하는 아내가 웃으면서 통화를 하며
좋아하는 것이 아닌가? 신기해서 전화를 끊자마자 물었더니
'아이들이 참 이쁘다며, 마침 집에 아이들이 읽을만한 책들이 있는데 와서 가져가지 않겠느냐'는
전화였다는 것이다.
이민생활을 해 본 사람은(특히 제 삼세계) 알겠지만, 이민을 나와서 우리 말로된 책을 구하는
일이란 참 어렵다.
더군다나 어린 아이들의 책은 난감한 것이 인터넷이 발달한 요즘에는 초등학교 고학년쯤 되면
읽한만한 것은 인터넷에서 구해서 읽을 수도 있지만 그보다 어린 아이들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읽을만한 책이 집에 있는 것이 어려서부터 독서습관을 길러준다는 면에서도 좋고
도서관같은 곳에서 책을 빌려읽는 것과 직접 책을 소장한다는 느낌은 또 다르다.
그렇게 늦깍이님의 집을 찾아가서 받아온 책들.
세어보니 모두 123권이다. 양장본으로 된 4세트의 아동용 도서와 6권의 책.
이 쫀쫀한 BoBo가 무게를 대충 달아보니 얼추 50Kg. 이민가방 한가방이다. 한국에서 받아볼래도
만만치 않은 중량.
부모가 되니 자신보다 자식에게 잘하는 사람에게 더 고맙다는 말을 실감한다.
'이것봐. 블로깅을 하니까 이렇게 책도 생기잖아. 이젠 늦게까지 블로깅한다고 구박하지마!'
아내에게 목에 힘주고 한소리했다. 늦깍이님 덕.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