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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깅

블로그,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만남.

이번 일요일, 한인회에서 개최한 행사에 가려고 파라과이 한국학교의 계단을 오르다가 파라과이에서 활동하고 있는 코이카 단원들을 봤다. 나는 개인적으로 교류하고 있는 코이카 단원은 없다. 그럼에도 그들을 알아 본 것은 그 단원 중 한명이 파라과이에서 비교적 활발히 블로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로그에 자신의 사진이나 근황을 자세히 올리는 경우는 드문 일인데, 그는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고 있다. 누군가는 '블로그는 자기를 온전히 드러내는 공간이다. 오프라인에서 제정신으로 사는 사람들은 그런 것을 몹시 위험한 일로 간주한다.' 라고 이야기하기도 하고 나 역시 이에 동의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 내 친구와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나는 이런 말로 그 코이카 단원의 블로그를 변호했다. '부모와 친구로부터 멀리 떨어져서 있으니 자신의 안부를 알리려는 목적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또한 제 정신을 가지고 위험한 일을 즐기는 사람은 또 그 위험만큼 만족을 얻을 수도 있다.

최근에 나는 블로깅에 열심이면서 남에 블로그에도 자주 찾아 들어가고 있다. 그것이 한국에서 유명한 블로그이기도 하고, 혹은 호주나 일본에서 유명한 블로그이기도 하다. 또한 그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열심을 가지고 보고 찾고 있는 것도 파라과이에 있는 블로그들이다. 열심히 검색을 해서 10개 정도의 블로그를 RSS에 등록해 놨다. (파라과이에서 블로깅을 하는 이가 많지 않다는 사실은 참 아쉽다.)

블로그를 통해 그 블로그의 주인을 알아 간다는 것은 소설을 통해 소설 속 인물의 묘사나 변화과정을 보는 것보다 더 재미있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블로깅을 하면서 자신의 모습을 온전히 드러내는 경우는 드물다. 더군다나 본인 스스로 본인의 성격이나 평을 객관적으로 내놓을 수는 없는 법이다. 하지만 한 블로그에 있는 글들이 쌓여가다 보면 블로그 주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블로거 개인에 관한 정보도 쌓여간다. 이런 글들을 읽으면서 나는 숨은 그림찾기 속에서 내 속에 있는 스토커로서의 호기심을 만족시키곤 한다.

나는 포스팅을 보고 마음에 들 경우 그 블로그의 맨 처음 글부터 차근 차근 읽어본다.(너무 많은 포스팅이 있는 블로그를 빼곤 되도록 그렇게 한다.)  그렇게 읽어가다 보면 블로그 주인의 나이, 직업, 성격, 관심, 성별, 결혼여부, 사는 곳 등등이 나타나고 마지막 호기심은 그의 외모이다. 사실 극소수의 블로그만이 자신의 얼굴을 공개하기 때문인데, 덕분에 많은 상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 사람은 글이 편하고, 성격도 유해보이니 좀 통통하겠지라던가, 이 사람은 샤프하게 느껴지니 말랐을거라는 식의 나름대로의 상상이 발동하는 것이다. 그러다 우연히 올라온 당사자의 사진을 보게되면 역시. 라던가 호! 혹은 아니, 이럴수가? 라는 식의 반응을 속에서 일으키곤 한다.

그날 행사장에선 또 한 사람의 파라과이 블로거를 본 것 같다. 이것이 확실치 않은 것이 많은 포스팅 중에 있던 한장의 사진을 몇달전에 언뜻 봤던 것이기 때문인데, 복장이 자신이 올린 블로그 배경 그림과 상당히 비슷하고, 그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느낌이 그 블로그의 글에서 느껴지는 다정함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내 장난꾸러기 아들을 보고 말을 걸고 이뻐하는 그의 모습이, 본인의 블로그 곳곳에 묻어있던 사람에 대한 애정과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는 듯 했다. 그래서 집에 돌아와서 이전에 봤던 사진을 찾기위해 다시 그 블로그를 헤메었지만 찾지 못했다. 하지만 다시 또 기회는 있을 것이다.

위에 말했던 코이카 단원도 블로그의 올라 있는 글들이 온전히 블로거 본인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었던 느낌이다. 표정, 목소리, 동료들과 어울려 있는 모습이 바로 블로그에 있는 그대로였다. 블로그로만 알던 사람을 직접 본 마음에, 일면식도 없는 주제에, 가서 말을 걸려했다. 그러다가 다른 그의 동료가 그에게 말을 걸기에 그냥 내 갈길을 갔지만, 다음에 다시 볼 일이 있다면 말을 걸어볼 생각이다. '블로그 하시죠. 반갑습니다. 블로그, 잘 보고 있어요.'라고 말이다. 댓글이 아니라 살아있는 말로서.